오늘 이 글에서는 조금은 무거울 수도 있는, 지난 5년간의 내 성격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원래 나는 어떤 사람이든 쉽게 좋아하고, 모두에게 상냥하게 대하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대학 생활을 하면서 어느 순간 사람을 무서워하게 되었고,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쓰며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시절의 나와, 졸업 후 비로소 그 시기를 극복하게 된 이야기를 담아보려 한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2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로는 훗날의 내가 이 글을 다시 읽으며 “아, 이런 시절도 있었지” 하며 추억하고 싶어서이고, 두 번째로는 지금 DGIST에 있는 친구들 중에도 혹시 나와 비슷한 시간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이 이야기가 작은 위로나 힌트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대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나는 대학생활이라는 것이 너무 설레고 기대됐다. 특히 사람을 좋아하는 나에게 가장 큰 기대는 단연코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침 그때는 코로나 시기였고, 5인 이상 집합 금지라는 제약이 있었다. 물론 4명까지는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에타든 인스타든 뭐든 활용해서 새로운 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정말 활발하게 친구를 사귀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졌다. 평소처럼 친구들이랑 넷이서 술집에서 놀고 있는데,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 “우리도 여기 있는데, 옆 테이블로 와서 같이 놀자”고 했다. 그 순간 나는 법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친구들과 더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큰 고민 없이 옆 테이블로 가서 함께 어울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인스타에 올렸다. 그날 밤, 학교 에타는 우리를 비난하는 글로 도배가 되었다. 나는 정말 무서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것도 익명의 많은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욕을 먹은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 학교는 한 학년에 200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라, 그 이후로는 캠퍼스를 걸을 때마다, 수업을 들을 때마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차갑고 무서운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만 같았다.
그때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다시는 잘못하지 말아야지. 사람들에게 단 한마디의 욕도 듣지 않을 만큼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그리고 그 다짐은, 나를 망가뜨리는 길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에게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공부를 잘하고 수업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물론 나는 원래도 공부를 좋아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예전의 나보다 훨씬 더 극단적으로 몰아붙였다. 수업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았고, 거의 항상 맨 앞자리에 앉아 집중하며 질문했다. 몸이 아픈 날에도, 친구에게 중요한 일이 있어 축하하거나 위로해야 하는 날에도 예외는 없었다. “누구보다 성실해야 한다”는 강박이 나를 계속 밀어붙였다.
두 번째로 지키려 했던 조건은, 모든 규칙을 절대 어기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그 시절 우리 학교에는 코로나로 인해 추가적인 교내 규칙이 있었는데, 학교 근처 지역인 현풍에 다녀오면 반드시 허가를 먼저 받은 후 코로나 검사를 받고 들어와야 했다. 허가를 받고 나갈수도 있었지만, 그냥 조금이라도 의심당할 상황이 생기는 것 조차 싫어서 아예 나가질 않았다.
세 번째 조건은,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었다. 어느정도였냐면, 식당에 가서 직원분이 자리를 안내해주시면, 조금 더 좋은 자리로 옮기고 싶어도, 그것조차 불편해하실까봐 말하지 못했다. 그리고, 사람들한테 그냥 다가가는 것도 많이 무서워했다. 나 때문에 조금이라도 불편할까봐.
그렇게 살다 보니, 나는 두 가지를 잃었다. 건강, 그리고 친구들이다.
원래 나는 운동을 정말 좋아해서 꾸준히 운동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공부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운동을 거의 하지 못하게 되었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깝게 느껴져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기 일쑤였고, 밥을 먹고 졸리면 공부에 방해될까봐 바로 15분씩 눕고 다시 책상으로 돌아갔다. 그 결과, 2학년 때부터는 야식을 먹으면 다음 날 장이 바로 무너질 만큼 몸이 약해져 있었다. 또, 가족중에서 탈모가 아무도 없는데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다. 그렇게 건강이 서서히 망가졌다.
친구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친한 친구가 현풍 밖에 나가서 놀자고 해도 가지 못했고, 축구부와 야구부에 모두 가입해놓고도, 아침 훈련이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두 동아리의 필수 훈련을 거의 나가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학교 대항전이 있을 때는 실력이 괜찮다는 이유로 출전하곤 했는데, 지금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함께했던 팀원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또 나는 “바쁘다, 공부해야 한다”는 핑계로 친구들에게 군대 인편 한 번 제대로 써준 적이 없다. 그게 지금도 많이 미안하다. 특히 한 친구가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힘든 시기에 나에게 정말 큰 의지가 되어줬던 친구인데, 지금은 너무 멀어졌다. 미안하다고 꼭 말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오랜만에 만나 무거운 이야기를 꺼내는 게 아직은 조금 어렵다. 나는 아직도 좋은 사람이 되기엔 멀었나 보다.
그렇게 나는 4년 내내 학교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에게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몰아붙였다. 실수 하나도 용납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낸 시간이었다. 그리고 졸업식 날, 나는 졸업생들 앞에서 상을 받았다.
공부를 잘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많은 사람을 도와왔다는 이유로 주어진 상이었다. 정말 많은 축하를 받으며 무대에 서 있는 그 순간, 마음속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왔다. 입학하던 때에는 모두가 나를 욕하는 것 같아 두려웠는데, 졸업하는 순간에는 모두가 나를 응원해주고 축하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사실이 정말, 진심으로 기뻤다.

그리고 졸업 후, 나는 7주 동안 훈련소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학교와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뿐이었고, 당연히 나를 욕했던 사람도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동안 내 안 깊숙이 자리 잡고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훈련소에서 지내다 보니, 나는 어느새 예전의 나로 돌아가 있었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먼저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하고,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떠들고 있는 나. 사람을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그냥 함께 있는 게 즐겁기만 했던 그 시절의 내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졸업하고 나니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그때는 모두가 나에게 관심이 많았던 것처럼 느껴졌지만, 사실 대부분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었다.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는 친구들은 손에 꼽을 정도다. 나는 그렇게 많은 사람의 눈치를 보며 살았는데, 정작 나에게 진짜 관심을 가져준 사람들은 아주 소수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 나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사람들의 눈치를 덜 보며 살아가기 시작했다.
특히 달라진 점은 공부에 대한 강박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예전의 나는 ‘잘해야만 한다’는 생각뿐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절대 건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공부한다. 공부하다 몸이 좋지 않으면 쉬고, 잘 안 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억지로 붙잡지 않는다. 잠시 접어두고 운동을 하거나 다음 날 다시 풀어보기도 한다. 그게 훨씬 더 나에게 맞는 방식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또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정말 소중한 친구들에게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휴가를 써서 친구 전역식을 가고, 군대에 있는 친구들이 휴가를 나오면 밥이라도 한 번 더 사고, 가능한 한 시간을 내서 만나려고 한다. 예전의 나는 ‘공부해야 한다’는 이유로 놓쳤던 시간들을 이제는 놓치고 싶지 않다.
그렇게 지금의 나는 어느 때보다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죽기 전에 내 삶을 돌아본다면, 남의 기준에 맞추려 애쓰며 살았던 나보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온 나가 훨씬 덜 후회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라도 지금, 남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이 조금이나마 그 사람의 생각을 바꿔놓을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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